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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무의 일기장

나를 바라보는 글

북트 윤현민 2017.05.06 00:34



일단 아무의 일기장은 쓰기로 하고 무작정 시작한거야.

글쓰기가 오기나 노력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활의 글쓰기가 되려면 그냥저냥 하는 정도로는 안되는게 확실해. 

기타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야. 대충 설렁설렁하면 확실히 느는 느낌이 너무나 적고 정체된 느낌을 더 많이 받게 되거든. 

모든 삶의 태도가 그러하듯 깊이 있는 실력은 진지한 접근을 할 때나 가능한 것 같아. 


글로 진지한 무엇인가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쓰려다보니 그래도 목적은 있어야 겠더라고. 

그래서 매일 A4 한 장 분량의 일기를 써보는 것을 택했어. 

공개가 원칙이고. 


엊그제 어떤 출판사의 편집장님이 북트에 중고책을 가져 오셨거든. 

매입하면서 그 분이랑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 분이 그랬어. 

그냥 일기 끄적끄적 하는 것으로 글쓰기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 

정제가 되지 않고 정리를 하지 않는 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처럼 누군가가 보는 것을 전제로 하는 개인적인 일기는 형식상 이미 머리 속에서 정리되어 나오는 이야기가 되고 그것이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라고 하셨음. 

그래 혼자서 시작한거지만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어. 

점검 받으니 좋네. 


내면적인 글을 쓰는 것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 덕분에 엄청난 나를 만날 수 있었거든. 

평소에는 용감해 보였지만 주저하면서 이미 계산적이 되어가는 나를 맞닥뜨린다거나 그냥 하찮은 나를 가장 많이 보게 되는거 같아. 

남들보다 월등히 쓰레기. 

그럴 때의 당황스러움은 내가 나를 쓰는 시간, 즉 생각해보는 시간이 없으면 불가능해. 

우리는 자신 스스로를 깊게 생각하거나 되뇌이는 경우가 별로 없잖아. 

언제나 합리화만 시키지. 

그래서 누굴 위해 쓰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를 찾아가고 발견해 나가는 과정으로서의 글쓰기는 나를 바라보는 거울. 

체경(體鏡)인거지. 


살면서 외면이 아닌 내면적인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 본적도 아마 없을거야. 

그래서 이것은 일기가 아닌 나를 다양하게 바라보는 연습이야. 

생각 만으로는 그 길이가 굉장히 짧고 집중력도 많이 떨어지니까, 

하루에 2-30분씩 나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은 너무도 대단한 일인 것이지. 

해본 적 없다면 지금 내가 쓰는것처럼 내가 나에게 써보는거야. 


문장력을 기르기 위한 글도 아니고 글 잘쓰기 위한 구성 연습도 아냐. 

단지 나를 살펴보고 좀 더 해상도 높게 나를 만나기 위해서 쓰는거야. 

이렇게 시작해보면 생활 글쓰기가 그렇게 어렵진 않을 것 같아. 

글 쓰기 연습을 하려는 게 아닌 순수한 나에 대해 생각하고 만나는 시간. 

갖자는거지. 그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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